나의 식물일지

10 튀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너리⭐️ 2023. 3. 28. 13:31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를 20개 사서 모아두었다. 다음주 수업에 사용할 거라 일주일간은 내가 키워야했다. 아스파라거스들은 식물치고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아침에 분명 새로 올라온 싹이 보였는데, 밤에는 벌써 손가락 한마디 만큼 쑥 올라오곤한다. 근데 또 하나 특징이 새순이 고만고만한 키가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하나가 삐죽 두배는 크게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며칠을 기다려야 그 새순에서 잎이 펴져 우리가 생각하는 아스파라거스의 모습이 된다. 종종 아스파라거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삐죽 나온 모습이 싫다며 그걸 잘라 버린다. 조금씩 키가 큰 새순이 나오면 좋으련만, 갑자기 두배 길이가 되는게 나오니, 지저분해 보여 자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어차피 다음 새순도 그 길이로 나올테니, 일정 기간 참아야 키가 커진 아스파라거스를 만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에서도 삐죽 나온 것을 잘라도 되냐는 질문이 여러번 나왔다. 이런 때 생각 나는 말,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대품으로 키우고자 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누구보다 빨리 대품의 길로 가주고 있는 아스파라거스이지만, 사람들은 유난히 그 기간을 참지 못하고 새순을 잘라 원래 길이와 맞추려 한다. 근데 기존의 순들은 더 길어지지 않는다. 윗부분이 잘린 새순은 잎을 내지 못한다. 그러면 크기가 계속 제자리 걸음일 뿐 아니라, 이제는 잎이 없는 빈 가지도 덩그러니 서 있는 꼴이 된다.

  사람도 그런거 아닐까 싶다. 너무 이렇게 저렇게 나한테 맞추려고 손보는 것보다, 자기 크고 싶은대로 뻗어나가게 하면 어느새 자신의 자리를, 자신의 멋을 찾아가지 않을까. 아침에 라디오에서 고2 아들이 모의고사 가채점을 하고 자신은 역시 럭키가이 라면서 올7등급 성적표를 보여주었다던데. 한숨 쉬는 엄마한테 그래도 최선을 다 했으니 그게 중요한거라고 했단다. 다른건 몰라고 그런 긍정적임과 구김 없는 그 성격이 그 아이를 결국 좋은 곳으로 이끌거라 생각한다.

  누구든 모난돌이 정 맞느다가 아니라 낭중지추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