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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나의 식물일지 2023. 4. 23. 01:25
[오늘 글은 식물과 관련성이 매우 낮음]
10년 째 나의 플레이 리스트를 지키고 있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이다. 어쩌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우더라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게 되면(꽤 자주 나온다) 곧바로 플레이 리스트에 다시 올라가는, 묘하게 빠져나올 수가 없는 노래이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뱅크는 이 노래 말고는 없나 한번씩 궁금해지곤 했다. 그러다 라디오 코너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김바다 님이 뱅크였다! 가질 수 없는 너를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 노래가 너무 잘 될 것 같았고, 이대로 가면 발라드 가수로 남을 것 같아 예명을 바꾸었다는 것! 그리고 그 후에 록커의 꿈을 충실히 쫓으셨다고. 마치 일기예보의 멤버가 러브홀릭의 멤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 충격이었다.
내가 모른다고 그 분들이 전업을 한게 아니라, 계속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때로는 집념이 부러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한 가지만 열심히 파는 스타일은 아니다. 수 많은 것에 관심이 있으나, 그 정도에서 머물렀다. 이십대 때부터 나도 한 가지 분야에 매료되어서 그 안에 푹 빠져서 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특별히 실천을 해보진 않았다. 30대 들어가면서 이것도 조금 배우고, 저것도 조금 배웠지만, 어느 정도 알겠다 싶으면 또 흥미가 떨어졌다.
이십 대 때는 내가 강아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 모든게 궁금하고, 다 가서 한번씩 들여다보고 싶어서 길을 똑바로 가지 못하는 강아지 영상을 보고, 딱 지금 내 모습이다 생각했다. 그 옆에서 꽤나 진중(?)하게 걸어가는 엄마 개를 보면서, 나도 더 나이가 들면 저런 모습이 될까 궁금했다. 사실 나는 이미 된 것 같은데, 내면은 언제 철 드나 내 탓을 좀 했던 것 같다.
지금도 한 우물을 파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긴 한데,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세상 모든 것에 참견을 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더 경험은 많이 하게 되지 않을까. 뭐든지 수박 겉핡기 식이더라도, 그런 수박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인생이 좀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합리화를 해보면서, 그래도 진드감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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