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여름, 옥시카르디움 브라질 트리컬러라는 긴 이름을 한 번에 외워버릴 정도로 그 색감에 반했다. 그래서 덥석 주문을 했고, 그것이 내 첫 식물 택배 배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창가에 두고 애지중지하며 밤낮으로 들여다보았고, 쉬지 않고 새 잎을 올려주는 것도 기특했고, 커다랗고 새하얀 고스트 잎을 펴서 며칠 만에 떨궈버리는 것도 보았다. 그때는 고스트라는 말도 몰랐고, 그냥 그런 잎이 나오나 보다 하고 말았다.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도 번식을 하겠다고 가위를 들었다. 씻고 소독한 가위로 마디마디를 똑똑 짤랐다. 물꽂이를 했고, 3개가 전부 뿌리를 내렸다. 바텀은 물주기를 놓쳐서 그랬는지, 좀 있다 죽었고, 자손들은 물꽂이 성공해서 흙으로 잘 보냈다. 그리고 다들 열심히 뿌리를 더 내리고 새순도 하나씩 준비하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거의 5개월에 걸쳐 일어난 일인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지난했다. 과습이 두려워 유묘용 화분에 아직 키우고 있었는데, 잎들이 커져서 흙이 말렀는지 아닌지 잘 안보였다. 그래서 자꾸 물 주는 타이밍을 놓쳤고, 그때마다 화들짝 놀라 물을 푹 주었다. 분갈이 좀 해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특별히 보이는 뿌리는 없었기 때문에 좀 더 버티다 해주어야지 하고 미뤘다. 그렇게 물주기를 두 번 놓쳤더니, 제일 못 크고 있던 하나가 잎이 마르더니, 올라오던 새순도 사라지고 오늘은 쑥 뽑혀 나왔다. 또 하나가 죽었다. 처음 데려와서 4개로 번식을 했는데, 바텀도 죽고 삽수도 하나 죽고, 생존율이 50%로 뚝 떨어졌다. 싱고니움 같은 경우는 그동안 로스 없이 100% 생존했고, 옥시카르디움도 키우기 쉽다니 당연히 쑥쑥 크고 번식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세상사 다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하, 이렇게 또 하나의 실패담이 쌓였다. 또 다시 자책의 시간인가.
다른 때 같았으면 왜 맨날 들여다보면서 몰랐나, 왜 또 죽었을까, 내가 뭘 잘 못했을까 하면서 꽤나 자책을 했을거다. 다른 것보다 나한테서 원인을 찾고, 내 탓을 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내가 또 내 기를 죽이고 있었을 거다. 그런 거 보면 요즘 내 기를 가장 많이 죽이는 건 나였다. 이 고리는 여기서 끊어내기로 했다. 식물이 살기에 제대로 환경이 갖추어진 것도 아닌 보통의 가정집이고, 내가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래도 순전히 재미와 흥미로 인해 혼자 이렇게 찾아보고 해보면서 느는 게 느껴진다. 또 하나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래도 두 개는 성공을 했고, 다음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발 동동 구르지도 않고 기다리면서 불확실성 때문에 애타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또 나는 하나를 더 알게 되었고, 한 가지 경험이 더 쌓였다. 어떤 초심자가 물어보면 대답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알아보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굳이 이런 말을 입밖에 내는게 아직 민망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가 잘한 점을 되새기면서 너무 나를 기죽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다 궁극적으로 기가 죽네 안 죽네를 생각하지도 않는 날이 오면 좋겠다. 원래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번식은 어렵다.